요리학/소스

영국의 소스

yujin7545 2025. 2. 25. 18:17

목차

1. 영국과 프랑스 소스 철학의 차이

2. 영국 요리의 소박함과 프랑스 요리의 정교함

3. 영국의 대표적인 소스: 그레이비(Gravy)

4. 영국과 프랑스 소스의 차이점

5. 결론: 소스 문화의 다양성

 

 


1. 영국과 프랑스 소스 철학의 차이

18세기, 이탈리아의 외교관이자 작가였던 **도메니코 카라 총리(Domenico Caraccioli)**는 영국과 프랑스의 소스 문화를 간접적으로 비교하며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고 전해진다.

"영국에는 60개의 종교가 있지만, 단 하나의 소스만이 존재한다."

그가 언급한 영국의 단 하나뿐인 소스는 바로 **녹인 버터(melted butter)**쳤다. 이는 영국 요리가 다양한 소스를 개발한 프랑스 요리와 대조적으로, 소스 문화가 단순하고 제한적이었음을 풍자한 표현이었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알베르토 덴 티 뒤 피랴 노(Alberto Dent di Pirajno) 역시 저서 **《교양 있는 미식가》 (The Cultured Gourmand)**에서 영국의 소스 문화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영국인들은 요리에 기본적인 맛을 낼 줄 모르기 때문에, 각종 소스, 젤리, 추출물, 병에 든 소스, 반칙이니(Chutney), 케첩(Ketchup)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의 말은 다소 과장된 표현이지만, 18~19세기 영국 요리가 프랑스 요리처럼 복잡한 소스를 개발하기보다, 단순한 육즙 기반의 소스를 선호했음을 반영한다.

2. 영국 요리의 소박함과 프랑스 요리의 정교함

영국 요리는 궁정과 귀족 중심으로 발전한 프랑스 요리와는 달리, 농촌과 가정의 전통을 기반으로 형성되었다.
즉, 프랑스 요리가 진액과 농축된 풍미를 강조했다면, 영국 요리는 자연스럽고 소박한 맛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영국인들은 프랑스 요리사들이 요리를 지나치게 복잡하게 만든다고 여겼으며, 과도한 재료 사용을 비효율적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관점은 18세기의 프랑스 미식가 **브리야사바랭(Brillat-Savarin)**이 전한 일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에 따르면, 프랑스의 한 귀족 **수비드 대공(UDC de Soubise)**의 요리사는 연회에서 사용할 소스를 만들기 위해 햄 50개를 요구했다.
귀족은 그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고 요리사를 의심했지만, 요리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주인님, 50개의 햄이 필요한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이 모든 햄을 활용해 손톱만 한 크기의 농축된 진액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귀족은 소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재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설득당했다고 전해진다.

3. 영국의 대표적인 소스: 그레이비(Gravy)

프랑스 요리가 복잡한 조리 과정을 거쳐 다양한 소스를 개발한 것과 달리, 영국 요리는 보다 실용적이고 직관적인 방식을 선호했다.

이러한 차이를 비판한 인물 중 한 명이 바로 18세기 영국의 요리 작가 **하나 글라스(Hannah Glass)**쳤다.
그녀는 요리책에서 **"프랑스 요리사들은 적은 양의 소스를 만들기 위해 불필요하게 많은 재료를 낭비한다."**라고.
그러면서 그녀는 프랑스 요리사들의 조리법을 **"어리석음"**이라 표현하며, 실용적이고 간단한 영국식 소스를 강조했다.

그녀가 주로 사용한 소스는 바로 **"그레이비(Gravy)"**쳤다.
그레이비는 비교적 간단한 방식으로 만들어지며,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

1. 소량의 고기, 당근, 양파, 허브, 향신료를 볶아 향을 낸다.
2. 밀가루를 첨가하여 약간의 점도를 형성한다.
3. 물을 추가한 후 천천히 끓이며 맛을 우려낸다.

19세기에 들어서면서, 그레이비 외에도 안초비, 굴, 파슬리, 달걀, 케이퍼, 버터 등을 활용한 간단한 소스들이 인기를 끌게 되었다.

4. 영국과 프랑스 소스의 차이점

1. 영국 소스는 단순하고 실용적인 조리법을 따랐지만, 프랑스 소스는 복잡하고 정교한 조리법이 특징이다.
2. 영국 요리는 소박한 가정 요리를 기반으로 발전했지만, 프랑스 요리는 궁정과 귀족 문화에서 발전했다.
3. 영국 소스는 주로 육즙(그레이비)을 활용하고, 밀가루를 사용해 점도를 조절했다.
프랑스 소스는 농축된 육즙과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며, 달걀, 버터, 밀가루 등의 유화제를 활용했다.
4. 영국 소스는 안초비, 굴, 파슬리 등을 활용한 간단한 형태가 많았고, 프랑스 소스는 여러 허브와 향신료를 조합해 복합적인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었다.

결국, 영국과 프랑스의 소스 문화는 요리 철학 자체가 달랐기에, 각자의 방식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

5. 결론: 소스 문화의 다양성

18세기 영국과 프랑스의 소스 철학은 극명하게 대비되었으며,
이는 단순한 조리법의 차이를 넘어 각 나라의 미식 문화와 사고방식을 반영하는 요소였다.

1) 프랑스는 복잡하고 정교한 소스를 개발하며, 미식 문화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2) 영국은 단순하고 실용적인 방식을 유지하며, 재료 본연의 맛을 강조하는 요리 문화를 구축했다.

이러한 차이점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남아 있으며,
각국의 요리 스타일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궁극적으로, 어느 한 방식이 우월하다고 볼 수는 없으며, 각자의 요리 철학에 맞게 최적화된 형태로 발전해 왔다.
이러한 소스 문화의 다양성은 오늘날 세계 미식의 중요한 자산으로 남아 있으며,
우리는 이를 통해 각국의 음식 문화가 가진 독창성을 이해할 수 있다.